<머리말>
근래 들어 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크게는 교양 수준의 것과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양 수준에서의 리더십 서적들은 인문학, 특히 역사학의 인기에 편승해 주로 역사 속의 군왕이나 유명 인물을 다루고 있다. 물론 대통령, 유명 정치인, 주요 기업인 등 현재의 인물을 다루는 책들도 많다. 이러한 책들은 대부분 이론적 토대가 없이 개별 영웅적 리더의 특출한 자질과 업적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위인전기 수준에서 교양과 교훈을 줄 수는 있지만, 특정 리더의 비범한 행동과 탁월한 성취에 초점을 맞춰 리더십을 논의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론적 엄밀성이 부족하다.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면 리더십에 관한 좀 더 정교한 이론적 토대가 필요하다. 리더십에 관한 전문적 연구는 사회학·경영학 등에서의 조직이론 분야에서 발달해 왔다. 현재 리더십 관련 전문 서적들이 소개하는 리더십은 대부분 조직이론 분야에서 기업이나 사회조직을 대상으로 개발된 이론들이다. 공공 분야를 연구하는 행정학에서의 리더십 이론도 이들 학문 분과에서 개발한 것을 주로 조직이론 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학 분야의 리더십 연구 논문이나 서적들은 주로 국가 전체보다는 조직 내에서 행사되는 리더십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 차원, 행정과 주민 관계 등을 고려하는 거시적 차원의 리더십 이론은 제대로 개발돼 있지 못하다.
근래의 리더십 이론이 주로 조직이론 분야에서 개발됐다고 해서 연구 대상을 작은 조직의 관리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조직은 규모가 방대한 것에서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것에서부터 자발적·비공식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국가도 하나의 조직이다. 정부 관료제, 군대조직 등과 같은 공공조직은 물론 영리조직, 종교조직 등을 영위하는 데도 기존에 개발된 리더십 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리더십의 실제를 연구하려면 이미 개발된 리더십 이론을 잘 숙지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서구적 관점에서 개발된 리더십 이론이 만능의 열쇠는 아니라는 점도 잘 알아야 한다. 공공조직의 특성에 부합하는 공공리더십 이론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조직과 공공조직은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관리 방식, 서비스 특성, 고객 특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민간 부문에서 개발된 리더십 이론을 그대로 인용해서는 공공조직 및 공공서비스에 부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왕의 리더십 이론을 인용하되, 공공리더십에 부합하는 이론을 모색하고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리더십 이론은 각국이 처해 있는 역사적·문화적 차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동양과 서양은 가치관, 인식 체계 등에서 차이가 크다. 따라서 서구에서 잘 작동하던 리더십 이론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리더십 연구의 생태론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뒀다.
리더십에 관한 연구를 학술 논문이 아닌 책의 형태로 발간하는 데서 지나치게 전문성, 엄밀성, 실증성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론과 실제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방향에서 내용을 조절했으며, 이를 위해 크게 세 편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편은 그동안 주로 조직이론 분야에서 기업조직, 사회조직 등을 대상으로 개발된 리더십 이론을 전통적 리더십 이론과 현대적 리더십 이론으로 구분해 기술했다. 이들은 모두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개발된 리더십 이론이다. 이 책은 공공리더십에 관심이 있지만, 서구 학자들이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개발한 리더십 이론을 소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두 번째 편은 우리나라의 공공리더십의 연구 경향, 한계, 과제를 토의하고, 통합적·실천적 관점에서 공공리더십 이론을 정립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세 번째 편은 공공리더십의 실제를,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을 사례로 분석하고, 오늘날의 공공리더십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 책은 공공리더십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는 처방적 관점을 지향했다. 이 책의 내용 중에는 필자가 이미 학술 논문으로 발표한 것을 간추려 다듬은 것들도 있는데, 이에 관한 서지 사항은 참고 문헌 부분에 모두 수록돼 있다.
학술 서적의 집필은 오랜 연구와 고민의 결과로 되는 것이지, 일시적인 아이디어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필자는 30년 이상 정부 관료제를 강의하고 연구하면서 항상 동양적 · 한국적 관점에서 공공행정의 제반 측면을 이해하려 했다. 공공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개발된 서구의 리더십 이론을 잘 알아야 하고 이를 부득이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공공리더십의 실제를 이해하려면 공공조직의 특성, 동양적·한국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서구의 리더십 이론과 우리의 공공리더십 실제를 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 향후 다양한 차원의 공공리더십 이론과 실제를 동양적·한국적 관점에서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할 기회를 가지려 한다.
지금은 온갖 영상 자료가 가까이 있고 궁금한 것은 언제든 AI를 통해 물어볼 수 있다. 따라서 책 읽기를 멀리하는 시절이다. 이러한 때에 윤성사는 출판 장인의 사명감으로 척박한 출판 환경을 헤쳐 나가고 있다. 어려운 출판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출간을 흔쾌히 받아준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꼼꼼하게 교정과 편집에 애써 준 편집인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문향만리(文香萬里), 영상물과 AI가 아무리 발달한들 글과 책처럼 만리에 걸쳐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지는 못하리라.
책 내는 일을 마감하니 오랜 교수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함께 했던 많은 제자들이 경향 각지에서 저마다의 소질을 발휘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나와 함께 석사·박사를 했던 제자들이 철마다 잊지 않고 찾아 주는 것도 염량세태(炎凉世態)에 흔치 않은 일이다.
책을 집필하고 출판하는 데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기 마련이다. 성실하게 가정사를 책임져 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두 딸(도경, 도은)이 학문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또한 뜻한 바를 이루기를 희망한다. 연로하신 장모님이 장수하시기를, 형제·자매들이 오랫동안 우의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보람 있는 일을 하고 나면 누구보다 먼저 부모님이 생각난다. 의식주 해결도 어렵던 시절에, 자녀 교육을 위해 논밭 팔기를 주저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의 희생을 잊을 수 없다. 부모님 영전에 삼가 이 책을 바친다.
2025년 12월
동심(冬深)의 초례산 자락에서
저자 씀
<차례>
제1편 리더십 이론
제1장 리더십의 의의
1. 리더십의 개념과 특성
2. 리더십의 기능
제2장 전통적 리더십 이론
1. 전통적 리더십 이론의 개요
2. 리더십 특성이론
3. 리더십 행동이론
4. 리더십 상황이론
제3장 현대적 리더십 이론
1. 변혁적 리더십
2. 진성 리더십
3. 서번트 리더십
4. 포용적 리더십
5. 셀프 리더십
6. 코칭 리더십
7. 카리스마적 리더십
8. 임파워링 리더십
9. 감성 리더십
10. 윤리적 리더십
11. 군자 리더십
12. 부정적 리더십
제4장 리더십 이론의 한계점 및 과제
1. 리더십 이론의 한계점
2. 리더십 이론의 과제
제2편 공공리더십 이론
제5장 공공리더십 연구 추이 및 방향
1. 들어가는 말
2. 공공리더십 연구의 경향
3. 공공리더십 연구의 한계점과 과제
4. 공공리더십 연구의 방향
5. 맺는 말
제6장 공공리더십 이론의 구축: 통합적·실천적 관점
1. 들어가는 말
2. 우리나라 공공리더십 연구의 실태
3. 공공리더십 이론의 구축 방안
4. 맺는 말
제3편 공공리더십 사례
제7장 동양의 공공리더십: 한 고조 유방의 공공리더십
1. 들어가는 말
2. 유교적 가치관과 동양의 리더십
3. 초한쟁패와 유방의 일대기
4. 유방의 공공리더십
5. 유방의 공공리더십 토의 및 시사점
6. 맺는 말
제8장 한국의 공공리더십: 개화사상가 김옥균의 공공리더십
1. 들어가는 말
2. 연구 방법으로서의 생애사 연구
3. 개화사상가 김옥균의 공공리더십
4. 공공혁신가로서의 김옥균의 삶과 죽음
5. 김옥균의 공공리더십 토의 및 시사점
6. 맺는 말
<저자 소개>
김순양(金淳陽)
런던정경대(LSE)에서 Ph.D.(Social Policy),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학문적 관심 분야는 정부관료제, 사회정책, 정부혁신, 정책이론 등이며, 이 분야에서 『Social Policy Dynamics in South Korea』(Routledge), 『Health Politics in Korea』(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Health Systems in Transition: Republic of Korea』(World Health Organization(WHO) co-author), 『New Comers and Global Migration in Contemporary South Korea』(Lexington Books, coauthor),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복지안전망 구축방안』(2023년도 세종도서 학술 부문), 『한국의 노동정치』(2021년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한국 보건의료개혁의 정치』(2018년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복지서비스의 민간위탁시스템 분석』(2008년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정부관료제의 개혁과제』, 『사회복지행정의 개혁과제』, 『한국 다문화 사회의 이방인』, 『사회복지정책론』(공저), 『발전국가론』(공저) 등 많은 학술 서적을 출간했다. 또한 190여 편의 연구 논문을 SSCI, A&HCI, 연구재단 등재지 등의 우수 학술지에 게재했다. 『한국행정학보』 편집위원장을 2년간(2013~2014)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