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주역周易』은 아주 오래된 책이고, 매우 권위 있는 책이며, 널리 알려진 책이다. 『주역』은 여러 경전 중에서 가장 으뜸이며, 제자백가의 근원이다. 위로는 천문, 아래로는 지리, 그 가운데는 세상사 인문을 두루 말하고 있다. 『주역』은 천문天文, 지리地理, 수학數學, 역법曆法, 병법兵法, 책략策略, 처세處世, 도덕 함양道德涵養, 수양修養 등 인간사에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원리를 압축해 담고 있다. 『주역』이 담고 있는 이 정교한 이치에 통달하기만 한다면 세상 만물과 인사에 두루 통해 막히는 바가 없을 것이다. 『주역』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주역』은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신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주역』은 음양陰陽이라는 매우 단순한 상징象徵과 괘사卦辭·효사爻辭라는 아주 간결한 말로써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천지 만물과 무한히 번져 가는 인간사를 이야기한다. 『주역』의 상징인 괘·효는 단순하고, 괘사·효사는 간결하지만 그 괘와 글에 담겨 있는 뜻은 매우 심오하고 무궁무진하다, 그리하여 이를 대하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양한 의견을 내어 놓는다. 예컨대 한나라 시대의 유학자들은 주로 상象과 수數의 관점으로 『주역』을 설명했다. 송나라 시대의 유학자들은 대개 의義와 이理의 측면에서 『주역』을 이해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부귀영화富貴榮華와 피흉취길避凶取吉을 바라는 소박한 염원에서 『주역』을 손에 거머쥔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관점과 방법으로 『주역』에서 다양한 술수術數를 이끌어 냈고 또 지금도 이런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상징, 로고logo, 디자인, 깃발, 미학美學, 작명作名, 관상觀相, 풍수風水, 부적符籍, 시의적절한 말과 몸짓 연구 등이 그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전자電子·양자量子의 위상과 확률, 반도체, 컴퓨터 프로그래밍, 2진법 및 기타 진법, 네트워크망, 심리, 물리, 개인과 기업조직의 기세氣勢와 방향方向 등의 여러 분야에서 음양의 개념을 적용하려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심리학의 무의식 개념 등도 음양의 대대對待 원리와 효爻의 관계망에서 나온 개념들이다. 이처럼 『주역』을 접하는 그 내용들이 저마다 잡다하고 분분해서 딱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어떻든 『주역』은 동양의 정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주역』 해설서와 번역서, 또 논문들이 있었다. 대개 상수象數,의리義理, 문학文學, 술수術數, 점서占書, 예언豫言 등의 분야에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사적 고증과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저작들은 드물다는 점이다. 『주역』이 은상殷商, 주周나라, 동이족東夷族, 귀방鬼方, 기타 여러 부락국가部落國家 등의 국제 관계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동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대개의 해석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주역』은 거의 대부분 상념적인 고담준론高談峻論에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단지 혹세무민하는 점占치는 사술邪術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안타깝게 여긴 필자는 비록 재주는 보잘것없으나 현장의 소리를 재현해 본다는 도전정신으로 감히 용기를 내어 『주역』을 살펴봤다. 이런 겁 없는 용기를 처음으로 북돋아 주신 분이 남궁 근교수님이다. 나의 능력이면 충분히 일가견一家見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였다. 그리고 ‘관계망’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김충열 교수님을 만났다. 『주역』의 ‘음양’ 개념은 비교적 분명하다고 했다. ‘오행’은 불투명하다고 했다. 그 후 교환교수로 오신 중국인 황국영 교수님으로부터 『주역』에 관한 많은 중국 출처를 소개받았다.
  필자가 『주역』에만 매달려 있을 동안 많은 분의 보살핌이 있었다. 유낙근, 이시원, 민병익 교수님의 깊은 배려에 늘 감사드린다. 그리고 경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님들의 말없는 후원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또한 “돈을 모으면 썩은 냄새가 나고, 돈을 흩어서 다른 이들을 도와주면 향기가 난다”는 좌우명으로 위대한 삶의 궤적을 보여 주시는 남성문화재단南星文化財團 김장하 이사장님을 중심으로, 흔쾌히 이사직을 수행하는 정병훈 교수님, 김중섭 교수님, 남성진 진주문화연구소장님, 윤성효 오마뉴스 기자님, (고)김수업 총장님, (고)박노정 선생님과 감사 일을 맡은 박종어 세무사님의 따스한 관심에도 늘 마음의 빚이 있다.
  늘 사랑으로 함께하는 아내와 나의 아들들과 며느리, 손녀, 누이형제, 일가친척들이 있어서 『주역』을 행복하게 읽고 쓸 수 있었다. 언제나 편안한 안식처인 나의 고향 친구들, 마음 다하는 소원사 지월 스님과 반야회 회원님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이 책이 세상으로 나와 빛을 보는 데 결정적인 힘을 쏟은 분은 정재훈 윤성사 대표님이다. 원고를 디자인하고, 편집과 교정에 최상의 기량을 보여 준 윤성사 편집진에게 정말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린다.윤성사의 무궁한 성장 발전을 빈다.
2019년 5월
세종대왕이 축조한 곤양성昆陽城에서
이 준

<차례>
『주역周易』 소개 11

주역 37

상경上經 39
제1괘 건위천乾爲天 : 건강한 기상 39
        건괘문언전乾卦文言傳 42
제2괘 곤위지坤爲地 : 내부 결속 47
제3괘 수뢰둔水雷屯 : 과감한 공격 54
        곤괘문언전坤卦文言傳 52
제4괘 산수몽山水蒙 : 계몽 57
제5괘 수천수水天需 : 기다림의 미학 61
제6괘 천수송天水訟 : 소송·전쟁 65
제7괘 지수사地水師 : 용병법用兵法 69
제8괘 수지비水地比 : 외교전략 73
제9괘 풍천소축風天小畜 : 강대국 관계의 틈 77
제10괘 천택리天澤履 : 엄중한 시운 81
제11괘 지천태地天泰 : 적응의 시운 85
제12괘 천지비天地否 : 비껴가는 세월 89
제13괘 천화동인天火同人 : 동지 결속 93
제14괘 화천대유火天大有 : 국부론國富論 97
제15괘 지산겸地山謙 : 겸허한 리더십 100
제16괘 뇌지예雷地豫 : 쾌락의 경계 104
제17괘 택뢰수澤雷隨 : 추격 108
제18괘 산풍고山風蠱 : 새 시대 준비 112
제19괘 지택림地澤臨 : 임무, 능력과 리더십 117
제20괘 풍지관風地觀 : 관찰과 대응 121
제21괘 화뢰서합火雷噬嗑 : 재판과 징벌 125
제22괘 산화비山火賁 : 사교계 진입 129
제23괘 산지박山地剝 : 박탈당함 133
제24괘 지뢰복地雷復 : 관계 회복 노력 138
제25괘 천뢰무망天雷无妄 : 경우의 수 대비 142
제26괘 산천대축山天大畜 : 덕치와 산업 육성 146
제27괘 산뢰이山雷頤 : 경제와 여론 150
제28괘 택풍대과澤風大過 : 지나친 권력 행세 경계 154
제29괘 감위수坎爲水 : 위험·역경의 극복 158
제30괘 이위화離爲火 : 친밀한 이별 162

하경下經 167
제31괘 택산함澤山咸 : 남녀의 사랑 167
제32괘 뇌풍항雷風恒 : 변함없는 마음 171
제33괘 천산둔天山遯 : 넉넉한 은둔 생활 176
제34괘 뇌천대장雷天大壯 : 강성 대국의 규범 180
제35괘 화지진火地晋 : 전쟁에 대한 두려움 184
제36괘 지화명이地火明夷 : 정치적 암흑시대 188
제37괘 풍화가인風火家人 : 수신제가修身齊家 192
제38괘 화택규火澤睽 : 알맞은 때 196
제39괘 수산건水山蹇 : 위기 탈출 200
제40괘 뇌수해雷水解 : 부패한 소인배 제거 204
제41괘 산택손山澤損 : 인재 등용의 득실 208
제42괘 풍뢰익風雷益 : 민심 흐름의 득실 212
제43괘 택천쾌澤天夬 : 간신 척결 216
제44괘 천풍구天風姤 : 우연한 만남 220
제45괘 택지췌澤地萃 : 국민 통합 224
제46괘 지풍승地風升 : 순조로운 상승 시운 228
제47괘 택수곤澤水困 : 인고의 세월 232
제48괘 수풍정水風井 : 문화와 민심의 정화 236
제49괘 택화혁澤火革 : 혁명의 길 241
제50괘 화풍정火風鼎 : 권력 이양 246
제51괘 진위뢰震爲雷 : 줄기찬 행진 250
제52괘 간위산艮爲山 : 멈춤과 성찰 255
제53괘 풍산점風山漸 : 점진적 진보 259
제54괘 뇌택귀매雷澤歸妹 : 정략결혼 263
제55괘 뇌화풍雷火豊 : 부국강병의 시운 268
제56괘 화산려火山旅 : 소규모 게릴라전 272
제57괘 손위풍巽爲風 : 개벽의 바람 276
제58괘 태위택兌爲澤 : 여민동락 281
제59괘 풍수환風水渙 : 흩어진 민심의 수습 285
제60괘 수택절水澤節 : 준법정신 289
제61괘 풍택중부風澤中孚 : 진실한 감응 293
제62괘 뇌산소과雷山小過 : 적정 수준 297
제63괘 수화기제水火旣濟 : 정권 안정 시운 302
제64괘 화수미제火水未濟 : 펼치는 시운 308

계사전繫辭傳 313

설괘전說卦傳 333

서괘전序卦傳 339

잡괘전雜卦傳 343

주역周易 원전原典
상경上經 347
하경下經 366
계사전繫辭傳 385
설괘전說卦傳 390
서괘전序卦傳 392
잡괘전雜卦傳 393

참고 문헌 395

<저자약력>
원저자

희창(姬昌, 文王)
기원전 1152년―기원전 1056년. 살았을 때는 ‘서백西伯’으로 불리다가 사후死後에는 주周 문왕文王으로 추존됐다. 복희 8괘를 참조해서 64괘를 만들고, 괘사卦辭를 지으면서 제전의식祭典儀式, 점치는 풍토 등도 고려했다. 괘사에는 희망적인 말이 많다. 귀장역歸藏易, 연산역連山易 등도 있었다. 희창의 아버지 계력季歷은 그가 충성을 다했던 은나라 왕 문정에게 살해당했고, 아들 백읍고伯邑考는 문정의 손자 주왕紂王의 애첩 달기妲己에게 죽임을 당했으며, 자기는 주왕에 의해 유리羑里라는 물감옥에 갇혀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 『주역』을 구상했다. 희창의 어머니는 태임太任이고, 아내는 태사太姒다. 태太는 높여 부르는 말이다. 임任·사姒는 성씨다. 율곡의 어머니 호 ‘사임당師任堂’은 희창의 어머니 태임을 본받아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희단(姬旦, 周公)
생몰 불분명. 태사太姒가 낳은 문왕의 열 아들 중 넷째아들이다. 384개의 효사爻辭를 지었다. 효사에는 우환 의식으로 경계하는 말이 많다. 문왕의 첫째아들은 백읍고伯邑考, 둘째아들 발发은 무왕이다. 셋째 관숙선管叔鮮과 다섯째 채숙도蔡叔度가 반란을 일으켰다. 무수한 사람과 정적政敵으로부터 끊임없이 조카의 왕권을 넘본다는 갖은 음해를 받았으나 그 올곧은 마음을 끝까지 지켜 나갔다. 단은 공자孔子가 꿈에도 그렸던 롤 모델이다.

편저자
이준
역리연구가. ‘이준의 역학이야기’를 경남일보에 연재했고, ‘이준의 시론’을 경남도민 신문에 연재 중이다. 『평생교육』(2001, 공저). 『국가의 이해』(2006,공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사천시 중·장기 발전계획(2018, 공동 연구) 등 각 시·군의 현안 문제를 실무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연구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구원 상담원, 경남종합정보센터장을 역임했고, 남성문화재단 감사, 사천청년회의소, 법무부 법사랑 등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 경상대학교에서 농학과 행정학을 공부하고, 경남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선거연수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상대학교 등에서 강의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