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머리말>

  어떻게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그 고통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는 시기와 불행한 사건의 내용 및 심각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삶의 과정 속에서 고통스럽고 불행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당수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면서 지우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심리적 고통과 갈등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상처와 갈등이 깊어 오래 지속될수록 비정상적 행동이나 부적응적인 심리장애를 나타낼 수 있다. 이상행동과 정신장애는 고통스럽고 불행한 과거 경험의 산물인 동시에 삶을 더욱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이상행동과 정신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약 중독, 약물 남용, 가정 폭력, 이혼, 청소년 비행, 각종 폭력과 범죄, 자살과 살인, 도박 및 다중채무, 대형사고와 같은 사회적 문제 중에는 심리적 장애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술(알코올)과 담배(니코틴), 향정신성의약품(프로포폴, 케타민 등), 마약류(대마 등)는 모두 중독성이 강한 ‘약물’이다. 현실적 판단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몰아 사람을 살상하는 교통사고, 망상과 환각 속에서 유치원생에게 칼부림을 한 살인사건, 우울감과 충동적인 분노감에 저지른 행동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가는 우발적인 사건은 물론,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 대구지하철 참사사건,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은 대표적인 대형 사고의 예다.

  심리학은 좀 더 도전하고 논박이 이뤄져야 한다. 일상적인 모든 도구로 모든 것을 해석할 수 있어서는 아니 된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정신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술이나 종교, 인문학 등은 인간에 대해 직관적인 통찰을 통해 접근하며,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는 문화 혹은 사회구조 등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심리학은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사용해 인간의 마음을 직접 연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문과 구분된다. 그러므로 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며, 통제하려는 학문적 목적과 이러한 결과물을 이용해 인간과 사회의 복지를 증진하고,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진리와 선을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적 목적을 갖는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어한다. 아무리 고통이 의미가 있다 해도 되도록 고통 없이 살고 싶어하고, 나아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위를 한다. 그런 행위 중 가장 쉽게 하는 것이 타인에게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의 고통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될수록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인간의 고통이 생물학적 현상일 뿐 아니라 동시에 심리적이며 사회적이고, 나아가서 정신적인 현상이란 사실이다. 놀랍게도 우리 삶에서 가장 심각한 문젯거리인 고통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경험들과 비교해 볼 때 심리학과 철학은 이제까지 매우 인색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고통의 경험을 분명하게 다른 어떤 경험으로 환원해서 설명할 수도 없고,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지만, 모든 다른 경험과 구별되는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은 그 경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부터 도피하도록 행동을 유발하거나 그것이 가능하게 해 주기를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양 언어에서도 ‘괴로움’(고[苦], Suffering, Leid, Souffrance)과 ‘아픔’(통[痛], Pain, Schmerz, Douleur)을 구별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괴로움은 정신적인 것이고, 아픔은 육체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아픔’과 ‘괴로움’의 엄격한 구별은 몸과 마음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데카르트적 이원론은 철학에서뿐만 아니라 의학과 구체적인 진료행위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아픔과 괴로움을 엄격하게 구별하는 것은 구체적인 행위에서도 존중되지 않는다.

  초판을 발행한 지 벌써 3년여가 지나간다. 그동안 많은 대학에서 소방심리학을 수업 교재로 채택해 주는 등 예상하지 못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 개정판에서 저자는 그간 소방재난 분야에서 소방심리학은 매우 소중하게 연구돼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소방재난관리 현업에 종사하며 연구자의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시간적 한계와 그간의 학문적 관심 연구 성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했다. 특히,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제8장~제10장)에 대한 내용을 보강했다. 또한, 소방재난관리 분야 종사자에게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각종 심리 유형별 특성과 현행 소방공무원의 보건·안전관리의 정책 개선 및 체계를 폭넓게 보완했다.

  저자는 여러분이 심리학에 입문하면서 활용 가능한 지침서가 되고, 심신의 고통을 겪은 내 자신과 이웃에게도 따뜻한 마음의 위로와 함께 심리학의 지식과 기술도 연마할 것을 부탁드린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쏟은 정성과 인내는 오로지 저자의 몫이었다. 모든 독자에게 감사한다. 다시 한번 저자는 이 책이 여러분의 가장 큰 희망과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특히, 마음의 상처 본능에 충실한 인간 본성에서 시작해서, 이런 본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그 영향을 좀 더 의미 있는 삶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말해 준다.

  끝으로 도서출판 윤성사 정재훈 대표님의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과 보건·안전 및 복지 증진에 관심과 헌신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그것이 소방심리학 학습이론에 입문하는 학생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고자 저자에게 집필을 의뢰한 계기가 됐다. 소방심리학 교재가 재난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번 이 책의 출판이 가능토록 해 준 정재훈 대표님과 윤성사 편집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4년 1월

김상철

 

<차례>

제1장 심리학의 이해

 1.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2. 심리학의 역사적 흐름

 3. 심리학의 분야

 4. 심리학의 연구 방법

 5. 심리학의 한계

 

제2장 성격의 이해

 1. 성격이란 무엇인가?

 2. 성격의 결정 요인

 3. 성격이론

 4. 성격검사

 

제3장 행동의 생물학적 기초

 1. 생물심리학이란 무엇인가?

 2. 신경 전달의 기본 단위

 3. 뉴런의 정보 처리 원리와 과정

 4.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

 

제4장 기억과 지각

 1. 기억

 2. 지각

 

제5장 학습과 행동

 1. 학습의 개념

 2. 학습이론

 

제6장 동기와 정서

 1. 동기

 2. 정서

 

제7장 귀인이론

 1. 귀인의 이해

 2. 귀인의 원리

 3. 귀인의 결과

 

제8장 이상심리

 1. 이상심리학의 이해

 2. 이상심리학의 기준

 3. 이상심리 행동의 모형

 4. 정신장애의 분류

 5. 신경증, 정신증, 성격장애

 6. 증상의 의미와 메커니즘

 

제9장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1. 스트레스의 이론

 2. 스트레스의 유발 요인

 3.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4. 소방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

 

제10장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1. 소방공무원의 직업병

 2. 불안장애

 3. 공황장애

 4. 우울장애

 5. 양극성 장애(조울증)

 6. 소방공무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7. 불면증(수면장애)과 알코올 관련 장애

 8. 소방공무원의 자살과 과로사

 

제11장 소방공무원과 재난

 1. 재난의 정의

 2. 소방공무원의 심리적·신체적 재난 사례 분석

 3. 재난과 안전관리에 관련된 국가 등의 책무

 4.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의사결정과 선택

 

<저자 소개>

김상철(金賞哲)

경기대학교 대학원 공공정책학과 석사 졸업

한성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 졸업.

전) 서일대학교 겸임교수

현) 한국행정개혁학회 소방특별위원회 부위원장

현) 서울소방재난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