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어느 날 문득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수년째를 맞아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봤다. 논문과 수업준비 및 각종 학교 일을 핑계로 책 한권 쓰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져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윤성사의 정재훈 사장님과 출판계약을 맺게 된 날이 43번째 생일이기에 이 책은 학문세계에 나란 존재를 출생 신고하는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그러기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쓰기를 기도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복지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을 통해 보람과 재미를 얻기를 바랬다.
어릴 때부터 복지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인 봉사활동들을 하다 대학원을 다니던 1997년 IMF를 맞아 한순간에 파산하고 자살자가 급증하는 사회현상을 목도하며 복지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미국에서 복지전공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왔던 2007년 한국은 사회안전망이나 사회서비스에 대한 중요성과 복지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 면에서 매우 큰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이 글을 쓰게 된 시점까지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에 비해 복지정책의 시스템화는 매우 더디게 이뤄짐을 관찰하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을 수 밖에 없었다. 21세기 들어 심화된 이른바 한국병이라 불리는 ‘고 자살, 저출산, 낮은 삶의 만족도’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답을 구하기 위해 각 종 논문과 책을 훑어봐도 해외사례와 정책소개에 치중된 나머지 정작 한국사회에 뿌리를 둔 연구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은 찾기 어려웠다. 혹시, 이에 해당하는 글이 있더라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복지영역을 종속적 차원으로 이해할 뿐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복지를 독립적 차원으로 분석한 내용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우리사회에 적합한 복지시스템을 모색하기 위해 제1장에서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일반적 정의와 특성을 정치·경제·사회면으로 나눠 살펴보고 제2장에서 그에 따른 선진복지국의 유형화를 시도했으며 제3장에서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특성과 복지정책을 각 정권별로 구분해 정리하고자 했다. 특히, 본론의 전반적 내용을 꿰뚫는 융합론적 관점은 복지국가를 “복지적 가치의 시스템화에 성공한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적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기는데, 이를 답하기 위해 선진복지국가의 형성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또한 본문에서 새롭게 시도한 유형화 작업을 통해 분석한 영국, 프랑스, 독일의 사례에서 일반적 요소와 특수적 요소를 구분했다. 구체적으로, 각 국 고유의 근현대사를 고찰하고 대표적 이론을 연구한 결과 선진복지국가 특성의 일반성으로 ‘시민의 행복추구권을 시스템적으로 보장하는 성숙한 민주성’ 을 특수성으로 ‘시장지향성(영국과 앵글로색슨계열 국가군), 시민지향성(프랑스와 라틴계열 국가군), 사회지향성(독일과 게르만계열 국가군)’을 밝혀냈다. 결론적으로 선진복지국가란 시민이 주인인 민주시스템이 시민의 생존권 뿐 아니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수준에 이름(mature democratization)과 동시에 역사적·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고유의 가치를 시스템화(systemized values)하는데 성공한 국가를 말한다. 선진복지국가의 ‘일반성’과 ‘특수성’을 준거로 한국은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에 답하기 위해, 본론에서는 ‘일반성’ 측면에서 지난 시대별로 복지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적 가치가 어떻게 시스템화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정권별 복지정책의 설계와 운영 정도를 평가하고자 했다. ‘특수성’ 측면에서는, 한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 시대를 넘어 ‘선진복지화’의 길로 들어서는 첫 걸음이 이 땅의 문제와 인식을 바탕으로 한 한국적 가치와 문화 속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특히, ‘민주화 과정’에 있어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독재성’의 근원을 밝힘으로써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민주적 가치 내에서 재정립 되어야 할 필요를 제기했다. 각 절의 마지막 부분에는 가능한 모든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고민할 수 있도록 ‘토론해 봅시다’란을 만들었다.
이 같은 노력이 한국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연대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인 우리 모두가 선진복지국가를 일구어 가는데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학자이기 전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확인해 준 아내와 두 아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2017년 6월 견 진 만

<차례>
제1편 _복지국가의 의미
제 1 장 경제와 복지국가
제2장 정치와 복지국가
제3장 사회와 복지국가
제2편 _선진 복지국가의 유형과 특성 
제4장 시장지향(Market-oriented) 복지국가
제5장 시민지향(Citizen-oriented) 복지국가
제6장 사회지향(Social-oriented) 복지국가
제3편 _한국의 정권별 복지 특성
제7장 이승만·장  면 정권과 복지 : 민주성 태동과 자유지향
제8장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복지 : 민주성 퇴보와 산업지향
제9장 노태우·김영삼 정권과 복지 : 민주성 회복과 시민지향
제10장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복지 : 민주성 발전과 사회지향
제11장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복지 : 민주성 후퇴와 시장지향
제4편 _선진복지국가와 한국사회
제12장  지표상으로 본 한국사회

제13장  선진복지 한국의 나아갈 방향

<저자약력>
견진만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복지정책론, 행정문화론, 행정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관심사는 복지국가론, 다문화,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이고 이와 관련한 논문들을 다수의 국제전문학술지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