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2016·17년의 겨울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
지는 메가톤급 뉴스들을 소화하기 힘들어하다, 괴로워만 말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기 형식으로 쓰다 보니 소책자 한 권 분량의 글이 쌓여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 글을 접하는 분들에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본문의 내용이 특정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의도가 아닐 뿐 아니라 그 어떤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 보수와 진보의 어느 한 편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진보나 보수의 입장에 있는 분들 모두에게 매우 불편한 글이 될 수 있으나 동시대에 사는 한 국민 또는 시민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면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선진 대한민국을 여는 공론의 장에 함께 참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숨길 수 없다. 어느 부분은 공감하고 또 다른 부분은 반목할 수 있으나, 누가 옳고 그르다는 차원이 아닌, 그 모든 과정이 우리 모두가 성숙해 지기 위한 터널이 되리란 확신을 갖기에 용기를 내 인사를 드리며 일정 문장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필자는 젊은 시절 ‘공공의 구원’을 쫓는 학문인 행정학에 매료되어 석사과정을 밟다 ‘사회적 소수를 보호’하는 사회복지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2001년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어려운 형편이었기에 하루에 햄버거 두 개씩만 먹어가며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마칠 쯤에는 심장에 병이 나 죽을 고비도 넘겼다. 천신만고 끝에 학위를 마치고 2007년 말 한국에 돌아와 현재까지 교직에 몸담고 있다. 
행정학자이자 사회복지학자로서 10여 년 동안 각종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을 정리하다 보니 대학 수업용 책을 내야겠다 싶어 『복지국가와 사회』란 교재를 쓰기 시작했다. 정부 수립 7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뿐 아니라 ‘선진 복지화’를 이루려는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던 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면하며 실제 사회 현상을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 기대어 좀 더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픈 욕구가 생겼다. 글을 쓰는 말미에 이 같은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됨을 느꼈기에 독자 여러분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각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히,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함께 생각하기”란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발전과 한국사회의 성숙을 위해 논의해야 할 질문들을 던졌기에 다 같이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한국사회는 중병을 앓고 있다. 문제는 그 사회의 구성원이 우리라는 것이고, 잠시 방심하는 사이 한국사회가 놓은 덫에 걸려 중병의 대
가를 치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병을 치유하기 위해 과감한 수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수술 후 체질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보수나 진보나 결국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민주사회의 시민이기에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열린 사고를 견지해야 한다. 이상의 명제를 구체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겠으나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해낼 수 있으면 내일도 모레도 미래도 해낼 수 있고, 결국은 중병에서 완치되는 날을 목격하게될 것이다. 이 책이 그 위대한 한국인의 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필자에게는 더없는 영광일 것이다.
끝으로, 학자의 길을 걷도록 인도해 주신 은사님과 이 책을 출판하도록 용기를 준 정재훈 사장님, 그리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생각을 가다듬도록 도와준 한국외국어대학교 후배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2017년 3월
견진만

[차례]
머리말  5
들어가는 말 11
1 _시민의식의 뜻  17
2 _거짓말의 효용성  31
3 _재벌개혁과 시민  45
4 _보수와 진보의 위기 59
5 _진리 탐구의 장  73
6 _분노하라 vs. 불쌍하다  87
7 _대통령과 시민의 리더십 103
8 _한국병 그리고 자살대국 117
9 _시민을 위한 나라는 있다 131

[저자약력]
견진만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주리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복지정책론, 행정문화론, 행정조직론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관심사는 복지국가론, 다문화, 노인복지, 아동복지 등이고 이와 관련한 논문들을 다수의 국제전문학술지에 실었다.